라멘기행(ラーメン紀行) #1) 잇쇼니라멘 (1)
2014년 이후 11년 만에 잇쇼니라멘을 방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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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시로이멘, 카라이멘, 찻슈동이 전부였던 것 같은데 몇 가지 더 늘었다.
중국발 전염병이 돌던 몇 년간을 배달, 포장 없이 버틴 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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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반찬 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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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적과 팔지도 않는 백화수복이 인테리어로 있는 게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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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 여기서 주인장의 정치관을 얼핏 엿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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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 멀리 보이는 곳에서 육수를 내는 것 같다. 사실 진짜로 직접 돈골 육수를 우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프랜차이즈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다녀 본 라멘집 주방에 저런 설비가 있는 것은 본 적이 없다.
배달과 포장이 안 된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라멘에 대한 철학 및 신념이 확고한 것 같아 실제로 육수를 내는 것으로 믿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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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왔을 때와 달리 메뉴판에 있는 대로 국물을 한 단계 더 진하게 해 달라고 주문. 찻슈와 계란을 추가할 수도 있다. 나는 안 추가하고 그냥 먹음.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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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푼으로 처음 떠 먹어 본 국물은 굉장히 진하니 정말 신세계였다. 진한 맛에 감탄하며 식음(食飮)을 이어 갔으나 그릇이 바닥을 보일수록 느끼한 음식을 매우 잘 먹는 나도 한계에 이르러 목구멍에서 SOS 신호를 보냈다. 그렇다고 못 견딜 수준은 아니었으나 다음에는 보통 수준의 국물로 먹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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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 번도 안 해본 것을 행해봄. 메뉴판에서 추천하는 대로 국물에 생마늘을 빻아 넣기.
두 알을 넣은 뒤 국물 맛을 보니 입 안에서 돈골육수의 걸쭉함과 마늘의 매콤한 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게 느껴져 사람들이 왜 이렇게 먹는 걸 추천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곳이 주택가를 바라보고 있는 점포임에도 점심시간이 되자 직장인들로 보이는 단체 손님들이 꽤 많이 보였고, 더러 혼자나 둘이서 오는 손님들도 있었다.
이름값에 걸맞게 밖에서 손님들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으니 혼자나 둘이서 방문했을 경우 4인 테이블을 차지하는 것은 민폐인 것 같고, 빨리 먹고 빨리 빠져 주는 것이 매장이나 다음 손님을 위하는 길인 듯하다.
반주도 곁들여 가며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2시쯤 가면 그렇지 않을 수도.
다음에는 카라이 돈코츠라멘을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