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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02 부천체육관 방문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vs 부천 하나은행)

작은연필 2024. 12. 8. 16:54

아주 오래전 KBL 초창기에 대우 제우스 홈경기를 관람하러 부천체육관을 찾은 적이 있다. 당시 몇 년 전 나름대로 연세대학교 슈터(였는지 스몰포워드였는지 아니면 식스맨(Sixth Man)이었는지)로 이름을 떨쳤던 장발의 우지원도 이 팀에 소속돼 있었는데 이날 경기에서는 출전시간도 그저 그랬고 득점도 10점에 미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밀레니엄이 지난 뒤 은퇴하기 직전의 허재도 이 경기장을 찾았는데 그날의 허재는 휘슬이 울릴 때마다 버럭 화를 내기 일쑤였고, 후배 선수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지켜만 보다가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그로부터 20여 년 후 나에게 부천 연고 농구 팀의 홈 경기를 보러 오라는 무료 쿠폰이 지급되었다.

얼핏 사전 조사를 해 보니 아시아 쿼터로 일본인 선수가 용병에 포함되지 않는 멤버로 포함되어 있었다.

2000년대 중반에 여자농구를 잠깐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17시가 시작 시간이었다. 아마도 여자농구보다 인기가 더 좋은 남자농구와 시간을 겹치지 않게끔 하기 위한 차원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냥 19시에 하는 듯.

용영 2명에 좌지우지되는 남자 경기가 재미없어서 여자 경기를 본 것도 있고, 공에 대한 집착은 남자보다 더 강렬해서 그리한 것도 있는데 이것도 한 3-4개월 보다가 남자농구, 여자농구 다 관뒀다.

부천 하나은행은 광주광역시에서 연고를 이전한 신세계 쿨캣을 계승한 팀이고, 잘못 들인 용병에게 농락당해 해당 선수와 관련된 기록이 모두 무효가 된 바 있다.

아무튼 여차여차하여 부천체육관에 도착.

공짜 티켓은 선착순으로 마감될 수도 있다고 했으나 날도 춥고 홍보도 많이 되지 않은 듯하여 무사히 입장하였다.

1층에 있는 매점은 이렇게 생겼다. 2층에도 간이 매점이 있는데 물건이 그리 많지는 않고 즉석식품 위주로 판매한다.

공짜 티켓을 뿌렸음에도 인기가 추락했는지 원래부터 그다지 인기가 없었는지 등의 이유로 홈팀 관중석은 드문드문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원정팀 관중석은 텅텅 비었다.

들어가면 치어리더와 응원단장이 응원막대(Thunder Stick)을 들고 응원을 따라 하라고 시키는데 개인적으로는 MLB나 NBA 같은 자발적인 응원 문화를 더 선호해서 몇 번 따라 하다가 말았다.

경기를 보러 왔으면 경기를 봐야지.

열심히 따라 한 사람은 농구공 같은 경품을 받긴 했음.

뒤에 있는 사람이 막대풍선으로 가끔씩 아타마(あたま)를 툭툭 치길래 누군가 봤더니 공짜 티켓으로 온 어떤 어린이였다. 애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결국 한 칸 이동.

체육관의 먹을 거리가 부실할 것을 미리 알고 준비한 상아김밥의 참치와사비 키토김밥. 와사비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물이 없어서 꾸역꾸역 쑤셔 넣음.

승부는 1쿼터에만 10점 차이로 끌려감으로써 일찌감치 결정되었고, 4쿼터가 종료될 때는 20점 가까운 차이가 났다.


소감: 대만 출신이나 한국으로 귀화하였으되 어찌된 영문인지 용병 취급을 받는 짧은 머리 "정원"이라는 선수는 수비를 앞에 두고 던진 3점슛이 두 번이나 빽차가 되는 결과를 범하였고, 4연속 자유투가 불발되는 장면도 목격하였으며, 돌파에 의한 득점은 내 기억으로는 하나도 없었고 대부분의 득점이 근거리에서 수비가 없을 때 편안하게 던진 2점짜리 점퍼에 의한 것이었다.

(물론 3점 빽차는 상대 팀에서도 있었다.)

한마디로 너무 못한다. 이긴 삼성생명도 수준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

한국의 모든 프로 스포츠가 만성적자이며 적자를 홍보비 명목으로 메꾸는 구조라던데, 과거에는 인재 풀도 넓고, 빳다를 들고 스파르타식으로 굴려서 그나마 성적이 났지만 지금은 인구도 줄고 연습량도 줄고 악바리 근성도 줄어서 날이 갈수록 기량이 하락하고 있는데 여자농구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축구는 모르겠고, 야구, 농구, 배구 모두 밖으로만 나가면 모두 궤멸 중.

한국 스포츠가 전성기였던 2000년대 초중후반의 햇살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음.

스포츠 선수들이 잘한다고 나한테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다시 관심 종료 모드로 돌아감. 구단들도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니 돈이 안 되면 알아서 접겠지.


PS: 내가 예전에 여자 농구 한참 볼 때 뛰던 김정은 선수가 아직 뛰고 있었다. 경기 초반 던진 슛이 그물을 가르며 여자농구 최다득점 기록을 경신하였으며 이와 관련된 간단한 행사도 있었다. 김정은 선수 축하함.

Another PS: 주차장에 사전정산기가 있길래 주차비를 내고 길을 나섰더니 정문에 차단바가 올라가 있어 다른 차들은 그냥 지나가고 있었다. 사전정산기에서 정산하는 사람은 나 말고 한 명밖에 없었으니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돈을 안 내고 나가는 것 같았다.

(사전정산기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다. 😠)

경기 끝나고 출차를 원활하게 하려는 의도로 문을 열어 놓은 것 같은데 왠지 나만 손해 본 느낌.

그래도 궁상 떨지 않고 정직하게 살았음에 위안을 삼아야겠다. ☹